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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출산

임신 초기(-11주차) : 구황작물로 연명한 날들 그리고 입덧약 #임신일기3

by 너와인생2막을 2025. 3. 8.

 

처음 겪어보는 입덧

 
입덧은 5주 차부터 9주 차까지의 피크를 지나 18주까지 지속되었어요. 16주 차에 태반이 거의 완성되므로, 그때쯤 되면 이제 입덧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래는 유명한 임신 호르몬 그래프, 정말 딱 저렇게 HCG(임신항체호르몬)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에 저의 입덧 또한 최고조에 이르렀어요.
참고로 입덧은 사람마다 다 개인차가 큰 것 같아요. 주변에 물어보니 임신 초기에 입덧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고, 또 그 시기도 각각 달랐거든요.

 
제 경우는.... 입덧, 토덧, 침덧 다 경험했어요.
 
당시 스페인어 수업을 들으러 2시간 반동안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사는 동네는 시골이라 라인도 1개인 버스가 하루에 딱 4번 오는데, 그마저도 오고 가는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하면 집에 못 돌아올 수도 있거든요. 😂

여기는 특히 로터리 길이 많아서 버스가 이리저리 좌우로 많이 흔들려서, 나중에는 집에서 더 먼 기차역까지 가서 기차를 타고 다녔어요. 칸이 3개뿐인 작은 기차는 그래도 위아래로 흔들리니 그나마 낫더라고요. 호주머니에는 늘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고, 입속에는 캔디와 껌을 달고 다녔습니다.
 
수업하다가 뛰쳐나가 토하고 다시 들어오고... 아 정말 다시 생각해도 힘든 날들이었어요. 당시에는 그래도 원래 하던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생각에 강행했었는데, 후반부에는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수업에 못 가는 날이 점점 더 늘어났어요. 😭 그래도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선생님 포함해 12명인 수강생들 전원이 모두 감기에 걸렸는데... 임산부인 저만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제가 튼튼하긴 한가 봐요. 😂 아님 아가가 지켜준 걸까요.🙏
 

 

입덧의 증상

 
다른 사람들이 이것저것, 입덧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먹은 것들(레몬캔디, 생강차, 얼음 등등)은 저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속이 메슥거리고, 옆집에서 나는 음식 냄새만 맡아도 토하고, 입안에는 늘 침이 고였어요. 특히 양치하다가 혓바닥을 닦을 때 토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코를 한 손으로 잡고 냄새를 안 맡으니 좀 낫더라고요. 결국 토하는 건 냄새와 연결되어있었나 보다고 생각했어요.
 
아, 제가 그나마 토를 좀 덜 한다고 느꼈던 음식은 바로, 신맛이 없는 과일, 구황작물이었어요!! 
누룽지, 시리얼, 감자, 고구마, 옥수수는 메슥거림만 있을 뿐, 토하지는 않았거든요!
(쌀밥은 소화가 안 돼서 누룽지만 먹을 수 있었어요.)
 

 
자꾸 토하니 입맛도 없고, 먹지를 못하니 살이 점점 더 빠지기 시작했어요.
아가에게 영양분이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진심으로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찾아보니, 한국에는 입덧약을 처방받아서 먹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예약을 잡고 보건소를 방문 하기로 했어요.
 

 

스페인 보건소 방문기


임신 초기에는 저녁이 되면 미열이 오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37.2도, 그리고 열 때 문인지 계속 근육통이 있어서 기운도 없었어요.
 
체중이 너무 줄어 아이에게 영양분이 제대로 못 갈까 싶어, 결국 조산사와의 면담 일정을 잡고 11주 차부터 입덧약(cariban)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산사도 입덧약을 복용하는 것을 추천했어요.

 
 

입덧약 복용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약이고 가격은 20유로 정도였습니다. 유럽에서는 이 입덧약을 많이 쓰는 듯했어요. 성분을 보니 Succinate de doxylamine 10mg과 Chlorhydrate de pyridoxine 10mg. 한국에서도 디클렉틴이라는 입덧약을 많이 복용하는 것 같던데, 동일한 성분의 약이더라고요. 

입덕약을 먹으니 메슥거림은 여전하나 토는 하지 않았어요. 약 효과가 몇시간 후,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잠들기 전 복용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멍 하고 아직 잠에 취해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평소보다 잠도 더 많이 오고... 그래서인지 약 케이스에 복용 후에는 운전 금지라는 표시가 되어있더라고요.
 
신기한 게 오후가 되면 속이 메슥거리워지더니 약발이 다 떨어졌는지 다시 토하기 시작했어요. 주치의는 오전에 한번 더 먹으라고 했어요. 약을 먹으면 너무 멍해지는 느낌이 싫었고, 또 아직 태반이 안정된 시기가 아니라 입덧이 나아지면 아기는 잘 있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여전했어요.
이래도 불안, 저래도 불안한 제 마음에, 아 내가 정말 걱정이 많은 사람이구나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하루 최대 4알까지 복용할 수 있지만, 저는 잠들기 전 하루에 1알만 복용했어요. 그래서 오전에(오후 1시 이전까지)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영양제를 최대한 챙겨 먹고, 오후에는 속이 메슥거리거나 토하는 일상으로 버텨냈어요. 저의 입덧약 복용은 임신 17주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입덧약과 작별인사를 하다

 
약을 11차부터 17주 차까지 약 6주간 복용했으니, 임신 중기까지 한 달 넘게 복용한 셈이었어요. 아예 입덧이 피크에 이르렀던 초기부터 복용했다면 좀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17주가 지나고 나서는 이제 슬슬 약 복용을 멈춰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약을 그만 복용하니 2-3일 정도는 계속 토했는데, 그 후에는 점점 괜찮아졌어요. 그렇게 저는 약 복용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신기한 게 태반이 완성되는 18주 정도까지 입덧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입에서 나오는 침이 줄어들더니 입덧이 잦아들었어요.
그렇게 해서 모두가 말하는 황금 임신 중기를 저도 드디어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

임신 중기(12주차-27주차) : 스페인 임부복 #임신일기4

 

스페인 임신 검진 절차 번외 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