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겪어보는 입덧
입덧은 5주 차부터 9주 차까지의 피크를 지나 18주까지 지속되었어요. 16주 차에 태반이 거의 완성되므로, 그때쯤 되면 이제 입덧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래는 유명한 임신 호르몬 그래프, 정말 딱 저렇게 HCG(임신항체호르몬)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에 저의 입덧 또한 최고조에 이르렀어요.
참고로 입덧은 사람마다 다 개인차가 큰 것 같아요. 주변에 물어보니 임신 초기에 입덧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고, 또 그 시기도 각각 달랐거든요.

제 경우는.... 입덧, 토덧, 침덧 다 경험했어요.
당시 스페인어 수업을 들으러 2시간 반동안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사는 동네는 시골이라 라인도 1개인 버스가 하루에 딱 4번 오는데, 그마저도 오고 가는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하면 집에 못 돌아올 수도 있거든요. 😂
여기는 특히 로터리 길이 많아서 버스가 이리저리 좌우로 많이 흔들려서, 나중에는 집에서 더 먼 기차역까지 가서 기차를 타고 다녔어요. 칸이 3개뿐인 작은 기차는 그래도 위아래로 흔들리니 그나마 낫더라고요. 호주머니에는 늘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고, 입속에는 캔디와 껌을 달고 다녔습니다.
수업하다가 뛰쳐나가 토하고 다시 들어오고... 아 정말 다시 생각해도 힘든 날들이었어요. 당시에는 그래도 원래 하던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생각에 강행했었는데, 후반부에는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수업에 못 가는 날이 점점 더 늘어났어요. 😭 그래도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선생님 포함해 12명인 수강생들 전원이 모두 감기에 걸렸는데... 임산부인 저만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제가 튼튼하긴 한가 봐요. 😂 아님 아가가 지켜준 걸까요.🙏
입덧의 증상
다른 사람들이 이것저것, 입덧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먹은 것들(레몬캔디, 생강차, 얼음 등등)은 저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속이 메슥거리고, 옆집에서 나는 음식 냄새만 맡아도 토하고, 입안에는 늘 침이 고였어요. 특히 양치하다가 혓바닥을 닦을 때 토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코를 한 손으로 잡고 냄새를 안 맡으니 좀 낫더라고요. 결국 토하는 건 냄새와 연결되어있었나 보다고 생각했어요.
아, 제가 그나마 토를 좀 덜 한다고 느꼈던 음식은 바로, 신맛이 없는 과일, 구황작물이었어요!!
누룽지, 시리얼, 감자, 고구마, 옥수수는 메슥거림만 있을 뿐, 토하지는 않았거든요!
(쌀밥은 소화가 안 돼서 누룽지만 먹을 수 있었어요.)




자꾸 토하니 입맛도 없고, 먹지를 못하니 살이 점점 더 빠지기 시작했어요.
아가에게 영양분이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진심으로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찾아보니, 한국에는 입덧약을 처방받아서 먹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예약을 잡고 보건소를 방문 하기로 했어요.
스페인 보건소 방문기
임신 초기에는 저녁이 되면 미열이 오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37.2도, 그리고 열 때 문인지 계속 근육통이 있어서 기운도 없었어요.
체중이 너무 줄어 아이에게 영양분이 제대로 못 갈까 싶어, 결국 조산사와의 면담 일정을 잡고 11주 차부터 입덧약(cariban)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산사도 입덧약을 복용하는 것을 추천했어요.


입덧약 복용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약이고 가격은 20유로 정도였습니다. 유럽에서는 이 입덧약을 많이 쓰는 듯했어요. 성분을 보니 Succinate de doxylamine 10mg과 Chlorhydrate de pyridoxine 10mg. 한국에서도 디클렉틴이라는 입덧약을 많이 복용하는 것 같던데, 동일한 성분의 약이더라고요.
입덕약을 먹으니 메슥거림은 여전하나 토는 하지 않았어요. 약 효과가 몇시간 후,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잠들기 전 복용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멍 하고 아직 잠에 취해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평소보다 잠도 더 많이 오고... 그래서인지 약 케이스에 복용 후에는 운전 금지라는 표시가 되어있더라고요.
신기한 게 오후가 되면 속이 메슥거리워지더니 약발이 다 떨어졌는지 다시 토하기 시작했어요. 주치의는 오전에 한번 더 먹으라고 했어요. 약을 먹으면 너무 멍해지는 느낌이 싫었고, 또 아직 태반이 안정된 시기가 아니라 입덧이 나아지면 아기는 잘 있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여전했어요.
이래도 불안, 저래도 불안한 제 마음에, 아 내가 정말 걱정이 많은 사람이구나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하루 최대 4알까지 복용할 수 있지만, 저는 잠들기 전 하루에 1알만 복용했어요. 그래서 오전에(오후 1시 이전까지)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영양제를 최대한 챙겨 먹고, 오후에는 속이 메슥거리거나 토하는 일상으로 버텨냈어요. 저의 입덧약 복용은 임신 17주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입덧약과 작별인사를 하다
약을 11차부터 17주 차까지 약 6주간 복용했으니, 임신 중기까지 한 달 넘게 복용한 셈이었어요. 아예 입덧이 피크에 이르렀던 초기부터 복용했다면 좀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17주가 지나고 나서는 이제 슬슬 약 복용을 멈춰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약을 그만 복용하니 2-3일 정도는 계속 토했는데, 그 후에는 점점 괜찮아졌어요. 그렇게 저는 약 복용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신기한 게 태반이 완성되는 18주 정도까지 입덧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입에서 나오는 침이 줄어들더니 입덧이 잦아들었어요.
그렇게 해서 모두가 말하는 황금 임신 중기를 저도 드디어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
임신 중기(12주차-27주차) : 스페인 임부복 #임신일기4
스페인 임신 검진 절차 번외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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